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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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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나의 작은 소망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612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나의 작은 소망

 

○○

 

공모전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수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세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 온 자식에게 위로와 격려의 뜻으로 애비의 심정을 글로나마 표현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또한 환자 본인은 물론 우리 가족 모두가 겪은 적지 않은 세월의 무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족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쓰고자 합니다. 그 간의 일들을 기억 나는대로 복기해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의 지침으로 삼고자 합니다.

알코올 질환 또는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말이 다소 생소했던 시절, 그러니깐 15·6년 전쯤 이 병이 무서운 병이라는 말을 듣기는 하였으나 막상 내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처음 하신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병은 암보다 무서운 병이라고... 암은 수술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 병은 수술도 안 될 뿐더러 두고두고 괴롭히면서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모두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는 절망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면서 무섭도록 실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번 입에 술을 대면 고장 난 브레이크 마냥 멈출 줄 모르고, 곡기는 끊은 채 술만 퍼 마셔 방에 빈 병이 쌓이고, 귀신같은 몰골로 아들이 어정어정 걷는 모습을 보면 사람 같지도 않았습니다. 아들은 술을 못 마시게 말리면 죽일 듯이 덤비고 날 뛰는 사나운 짐승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점점 웃음이 사라지고 하루하루가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맏이가 그렇다보니 동생들도 불안과 걱정 속에 지내다 보니 가족 간의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가정의 온기는 사라지고 증오와 원망이 자리를 잡아 집안이 점점 황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차가 있었으나 항상 위급한 상황이라 앰블런스를 이용했고 구급차의 기사가 가는대로 수 없이 많은 병원을 이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서울 시내에 있는 병원을 다니다가 김포, 강화, 성남 등지로 확대했고 성과가 없자 조금 규모가 큰 병원을 찾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사랑중앙병원을 알게 되었고 병원 시스템이나 직원들의 헌신적인 보살핌에 마음이 끌려 아들을 입원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수년간 7차례나 아들은 입·퇴원을 반복했습니다.

 

저도 가족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몇 달간 병원을 드나들었고 덕분에 알코올 중독에 대한 지식과 치료방법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사랑중앙병원 외에도 부천에 있는 병원에 5, 고양시에 있는 병원에 5, 이천시에 있는 병원에 2회 등 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퇴원 후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야기되어 실패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와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너무 큰 절망감에 무엇이라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문제는 퇴원 후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태라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의사선생님과 상담사 선생님들께 의지해 안심을 하다가 막상 퇴원하는 날이면 긴장과 걱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퇴원 후부터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사랑중앙병원에서 가족교육을 받을 때 알게 된 환자 어머니께서 가끔 저희 집으로 전화해 저희 아들의 근황과 상태를 묻곤 합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그 어머니의 심정이 오죽하시면 이렇게 전화를 하실까 생각하지만 아들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드릴 말씀도 없고 오히려 짜증스런 반응을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에게 기회가 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고 조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저희 부부가 아들 문제가 아닌 일에 관심을 쏟던 시점에 고맙게도 아들은 스스로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독립해 나간다고 알바 등 돈이 되는 일이면 마다하지 않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도서관에 간다고 엄마에게 약간의 용돈만 타서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수중에 돈이 있으면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에 직업을 반대했던 저희 부부로서는 이 현상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한 동안 잘 견디며 성실히 도서관에 다니던 아들이 작년 여름 어느 날, 잔뜩 술에 취해 들어와 집에서도 계속 다음날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가족들은 다시금 깊은 시름과 걱정에 쌓이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앰블런스를 불렀습니다. 평소 치욕적이라고 싫어하던 구급차에 아들을 싣고 서울 시내에 있는 알코올 전문병원으로 급히 옮겨 입원시켰습니다.

 

입원 후 며칠 만에 아버지를 보자고하여 갔더니만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왜 구급차까지 불러서 입원을 시켰느냐며 이 병원은 치료하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방치하고 수용하는 곳이니 병원을 옮겨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아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준비 중이어서 비교적 가깝고 입·퇴원이 수월한 일산의 알코올 전문병원으로 옮겼고 아들은 1개월 만에 퇴원했습니다.

 

퇴원 후 시험을 치른 아들은 1차 합격을 하고 지금은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퇴원한 지 6개월 남짓, 이제 아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안정과 자신감을 읽을 수 있으나 이 더러운 병의 속성을 의식하는 순간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희망적인 모습을 보면서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에 다사랑중앙병원같은 훌륭한 병원의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고 환자 본인의 의지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요즘 아들은 전에 입원했던 병원 과장님이 개원했다는 정신과 의원에 다니며 A.A.모임에 나가고 친구들과 교류도 하면서 한층 성숙되고 여유 있는 생활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병원 약도 저를 시켜 수령하였으나 지금은 본인이 직접 가서 처방받아 와 마음의 여유라고나 할까 매사에 걱정을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해 집에 올 시간에 맞춰 애 엄마가 전철역에서 만나 둘이 손잡고 들어온답니다.

 

평생을 제가 짊어지고 갈 십자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처럼 대견하고 고마울 때가 없습니다. 지금도 아들과 있을 때에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희망을 얘기합니다. 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애정과 관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고자 합니다.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아들의 인생에도 봄이 오고 꽃이 만개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