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열지 않음

다사랑중앙병원

전국 최초 3회 연속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생생다사랑

  • home
  • 생생다사랑

가족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가족회복수기는 회원가입 후 로그인하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8남매를 둔 가장의 알코올 중독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627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8남매를 둔 가장의 알코올 중독

 

○○

 

"부모님이 사이가 참 좋으신가 보다." 제가 8남매 형제관계를 얘기하면 열이면 열 이 소리를 듣습니다. 그 말에 저는 웃으며 미소를 보이지만 사실 부모님 생각을 하면 매일 밤마다 눈물이 납니다.

 

저희 아빠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입니다. 벌써 6년 전 일입니다. "아빠는 어디 갔어?" 휴가를 내고 집을 찾았을 때 아빠가 보이지 않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정신병원 보냈어." 정말 눈이 고장 난 것처럼 눈물이 뚝뚝 흘러 떨어졌습니다. 울면 엄마가 힘들어 하실까 숨기느라 혼자 차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상황이 한탄스럽고 아빠가 불쌍했습니다.

 

아빠를 병원에 보낸 엄마와 셋째 동생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빠의 알코올 중독 증상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빠의 특별한 사랑을 받던 큰딸이었고 독립해 안양에 살면서 눈으로 직접 사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기에 너무 가혹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사설구급차까지 불러 아빠를 5번이나 더 입원시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 입원한 곳에서는 아빠는 1개월 만에 퇴원했습니다. 보통 입원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치료를 해야 한다기에 굳게 마음을 먹었지만 처음 접하는 여러 상황들이 저와 엄마를 흔들었습니다. 병원 선택이 매우 중요했는데 급하게 근처로 알아보다보니 병원 선택부터가 고비였습니다.

 

그 병원은 알코올중독 환자와 정신치료 환자를 같이 진료하는 폐쇄병동이었습니다. 면회를 가면 정신치료 환자들이 떼로 구경난 듯 몰려왔고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저도 겁이 났습니다. 아빠도 "나를 이런 미친놈들과 같이 두지 마!"라며 괴로워했고 저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거기다 간경화와 복수로 내과 치료도 병행해야 하는데 병원과의 연계 없이 약물치료만 계속되는 것이 마음에 쓰였습니다. 

아빠의 삶이 너무나 초라해졌습니다. 참 아는 것도 많고 자기주장도 강했었는데 그곳에선 무척 수척했고 기운이 없었습니다매일을 기록한 일기에는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나... 너무 후회스럽다. 자식들이 너무 보고 싶다.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 차라리 죽고 싶다...' 라며 외롭고 괴로운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크게 소리 한번 질러보고 싶다. 밖에 나가 땅 한번 밟아보고 싶다.' 라며 당연한 권리를 잃고 자유를 잃은 아빠의 모습에 저도 매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종종 당시 입원했던 병원에서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처우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이 짜다고 하니 밥을 굶겼다. 식판을 들고 무릎 꿇고 벌을 섰다. 큰소리를 내면 코끼리 주사를 맞춰서 독방에 가둔다.' 모두 믿을 순 없었지만 폐쇄형 시골병원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감독하는 남자 선생님의 지시에 아빠가 즉시 반응하는 모습에 너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퇴원하게 된 계기는 아빠의 친형제들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삶을 보지 못한 아빠의 형제들은 입원소식에 난데없이 저희 가정을 들쑤시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잘못이 없다며 우리 가족을 탓하고, 특히 엄마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죄인 취급했습니다. 면회를 다녀온 날이면 저에게 전화해 병원을 욕하고, 당장 퇴원시킬 것을 요구하고, 회유도 하고, 화도 냈습니다. 거기다 아빠는 불난데 불 지르듯 매일 공중전화로 저와 엄마, 형제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얘기했고 절대 술은 먹지 않겠다고 입이 마르도록 얘기했습니다. 결국 1차 입원치료는 그렇게 실패했습니다.

처음에 퇴원 후 며칠 동안은 금주를 하시길래 성공한줄 알았습니다. 거기다 내과치료도 며칠 꾸준히 받아 아빠는 점점 좋아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술을 먹는 순간, 이전보다 더한 지옥이 시작 되었습니다. 술만 먹으면 힘없는 어린 동생들을 쥐 잡듯이 잡았고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이 무서울 정도로 컸습니다.

 

아빠가 병원에 있는 동안 같이 하던 장사를 혼자 도맡느라 한 달 만에 10kg가 빠진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더 이상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의처증은 더 심해져서 주변 상인들과 자신의 형제들에게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내면서 갈등은 더 커졌습니다. 초등학생인 막내가 있는데도 입에 담지 못할 무시무시한 욕설은 기본이며, 다 죽자며 휘발유를 사와 집에 붓기도 하고, 동생들을 앉혀놓고 밧줄로 죽이려는 시늉도 했습니다. 결국 아빠가 칼을 옷 속에 숨기고 다닌 날, 저는 두 번째 병원에 아빠를 강제 입원시켰습니다.

이전보다는 훨씬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가진 광주에 있는 병원에서 두 번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폐쇄형이지만 이전보다 자유로워졌고, 알코올 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었습니다. 잘 짜여진 프로그램에 신뢰가 갔고 담당 상담선생님이 계셔서 아빠의 심리 상태를 항상 체크해 주셨습니다. 그 난리를 치던 형제들도 인정하는 병원이었습니다. 다만 치료의 중심에는 아빠만 있진 않았습니다.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엄마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엄마는 아빠를 무서워하고 있었고, 생계에 바빠 면회도 쉽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아빠는 더 좋아진 병원 시스템을 거부하며 악용했고, 결국 산책시간에 도망을 나와 두 번째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입·퇴원의 반복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아픈 일들이 있었고 사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나중엔 엄마, 아빠의 분리가 시급하여 제가 있는 안양까지 아빠를 모시고 와 여기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제가 엄마의 역할을 하며 아빠를 곁에서 지켰습니다.

 

기억에 남는 어떤 날이 있습니다. 저녁 면회를 마치고 헤어지는데 엘리베이터 유리 밖에서 아빠가 밝게 웃으며 배웅을 해주신 날이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체육대회 달리기를 나간 제가 꼴등을 하는데도 힘차게 손 흔들어 주시던 그 옛날 그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벅차고 감격스러운지 집에 가서도 내내 울었습니다. 그렇게 아빠가 잘 치료를 받으며 잘 적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 입원 경력으로 병원 시스템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아빠는 시스템을 또 악용했고 결국 또 병원을 나와 이전과 같은 날들을 반복하셨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냐구요? 201858일 어버이날 통화를 마지막으로 결국 처음 입원했던 병원에서 홀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빠와 알코올 치료를 하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치료 내내 예전의 아빠가 그리웠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아빠는 참 변덕스럽게 희망을 짓밟았고 한창 힘들 땐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억울하고 지겨워 죽음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땐 아빠가 너무 미웠고  몹쓸 말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신 후 죄책감이 저를 매일 괴롭혔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빠 얼굴이 떠올랐고, 눈물이 나서 일을 하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심지어 결혼한 저였지만 아기도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과 자식으로써 부모를 포기한 것에 대해 환멸을 느껴 저는 부모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까? 100% 자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신 분이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아빠에게 폭언하지 마세요너무 많이 후회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기적인 행동, 폭언을 보더라도, 그 상황이 너무 괴롭더라도... 똑같이 폭언하고 아빠에게 상처주지 마세요. 겉모습만 멀쩡하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이고 우리보다 더 많이 우울하고 외롭고 절망적인 상황이니 그나마 건강하고 상처 회복이 가능한 우리가 좀 더 이해해줘야 된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많은 알코올 중독 환자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고 삶이 불행한 분들... 몰라서 그렇지 주변에 참 비슷한 사연 있으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만약 병원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입원 치료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많은 아픈 일들이 생기겠지만, 병원 말처럼 냉정한 사랑이 필요한 때입니다. 병원을 믿고 치료기간을 넉넉하게 두고 지켜봐야하며 그 동안 환자가 병원에 방치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꼭 가족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분명 나아질 수 있습니다. 꼭 아빠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이상으로 지난 6년간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