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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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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나를 구한 어머니의 변화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550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장려상]

 

나를 구한 어머니의 변화

 

○○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영화처럼 사람이 서로 다름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피부 색깔의 차이로 갈등을 겪던 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 자신이 이런 힘든 세월 속에 남과는 다른 특이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수용하는 데에는 곱절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통해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이 세상 어느 것보다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단지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건 세상 사람들이 술에 대해 여기는 마음가짐, 이 태도 하나에 나 하나 정도는 술 취해도 돼와 같은 작은 생각의 씨앗이 점점 줄기를 치게 되면 처음과 다르게 술잔이 늘어가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자아의 변환과 고통과 고뇌의 시간 속에서 생기는 뇌 질환... 결국 술과 동반하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게 되는 불행한 길, 그것이 중독의 증상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물의가 생겨나고,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음주조절 불가능으로 일어나는 끝없는 고통이 단주와 병원치료 없이 삶에 가져다주는 고통과 가족들의 괴로움이 어떠한지...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픈 상처입니다. 항상 자기 생각만으로 돌아가는 인생은 없듯이, 술을 조절하는 능력도 자기 스스로 기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질병이라는 확신은 어머님의 Alcoholic Anonymous 줄여서 A.A.라는 단주 모임에 참여하시는 것에 동참하여 본 경험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술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취하는 이의 기분까지도 자유자재로 조절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타인에게 무서운 존재, 중독자라는 모습으로 낙인 되어 스스로 자신감을 결여시킵니다. 항상 술만이 나의 친구이며 종교가 되어 자신을 낙인 짓는 것은 위험한 요소라는 것도 잘 알게 되었지만, 담배를 피우는 저 역시 중독자의 고통을 잘 압니다.

 

쉽게 조절할 수 없고 괴롭기만 한 고통받는 자아의 모습, 내가 만들어 간 나의 모습이 결국 나 자신을 잡아먹는 고통의 늪이 됩니다. 도무지 헤엄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의 상황에서 누군가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빠져나올 수 없죠. 수많은 사람이 술독에 빠져 아픈 시간이 계속되면 그 아픈 시간이 내 자신인 듯 생각하게 됩낟. 결국 술 없으면 나 자신이 없다는 고민 속에 음주에 대한 열망은 늘어갑니다.

 

담배를 피우는 저 역시도 중독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나마 어머니께서 중독의 늪에서 헤어나와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살아가시는 모습이 제게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 자신이 되어 사는 삶이 아닌 술, 담배가 나 자신을 대체하여 사는 삶에는 어떠한 자존감도 남지 않고 단지 문제점만 남는다는 것을 아신다면 이 수많은 형용사만 굳이 나열할 필요 없이 좀 더 나은 내가 되도록 조금이라도 중독의 위험성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보잘 것없이 사는 술 한 방울로 인해 자신이 여왕이 된 듯한 착각도, 한 모금의 술로 지상낙원을 경험할 수도 있는 즐거운 시간도 마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점점 위축되어갑니다. 그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제가 중학생 무렵 술에 빠지시고 10년이 넘는 생활 동안 술 없이 못 사는 알코올 중독자셨습니다. 일에 찌들어 사신 어머니에게 가족은 의무로서 부양하고, 술은 친구처럼 항상 같이하는 동반자와 같은 관계였습니다. 사랑에도 무너져 봤고 피가 어는듯한 고통에도 시달려 봤고 아픈 마음에도 사리를 만들 것 같은 인내와 고통을 이겨내며 하루를 사셨지만 술 끊는 건 그렇게 힘드셨다고 합니다. 항상 자신에게 가혹한 삶에 갇힌 어머니에겐 소주 한 병이 행복이지 않았을까요.

 

단지 전 상상해 봅니다. 흡연하는 처지에서 고통을 잊게 해 줄 매개체가 없는 삶은 고단하고 괴로운 법이겠죠. 하지만 오히려 종이 한 장 차이의 사소한 변화가 쌓여 큰 변화가 일어나듯, 중독을 위안 삼아 나의 목소리를 피하게 되면 점점 진짜 자신을 외면하게 됩니다. 저는 항상 슬펐습니다. 술도 알고 담배도 하게 되는 저 자신이 어머님만을 원망하며 변해가는 모습... 저는 그랬습니다. 저 역시도 반성하지 못하는 중독자인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술을 드셨지만 우리 가족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였습니다. 누구 하나 고통스러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로 호통만치는 고통스러운 관계... 아픔의 갈림길에서 중독에 시달리며 고통도 무기가 되어 살아가는 처절하지만 경멸받는 사람. 서서히 메말라가던 우리 가족으 사랑 없이 무너져 가는 왕조의 여신들처럼 자기 치장과 어두움을 감추려 착각과 진한 화장으로 남에게 스스로를 숨기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저는 조현병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슬픔을 가지고 살던 저는 술에 취한 어머니에게 원망이 크고 강하여 매번 멀어지는 관계 속에 소외감을 조장하는 역할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저의 분노가 심해져 화를 낸 적도 많았습니다. 적어도 전 좋은 아들은 아닙니다. 항상 자기만을 위하고 남만 존중하며 아부를 하지만 가족에게는 차갑던 저의 모습때문에 어머니가 힘드셨을 겁니다. 적어도 제가 조현병으로 병원에 들어가고 어머니가 술을 많이 드시게 된 건 너무 고통스러워 선택한 하나의 모순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병원 퇴원 날이 어머니의 생일이었습니다. 병원 생활을 마치고 열심히 노력하셔서 현재는 개방 병동 졸업 1년이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A.A. 모임을 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평화롭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들은 잊고 어머니만 원망하던 저 자신... 모든 걸 남 탓하고 사는 이런 아들이 미우실까 싶습니다.

 

8개월에 가까운 입원 기간 동안 손에 펜을 놓지 않고 공부하신 어머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금은 수원에 있는 중독관리센터와 후원자를 통한 12단계 교육을 하고 계십니다. 이같은 어머니의 꾸준한 자기 의지와 다짐으로 매일 진행되는 단주 생활을 통해 가족간의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아득하게 먼 미래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어머니의 노력은 한 마리의 평화로운 새가 지저귀듯 저를 감싸며 저의 죽어가는 영혼을 구제해 주셨습니다. 저는 좀 더 활기차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술에 무력했던 어머니를 용서하며 저 자신이 나태했고 부정적이 생각 속에서 썩어 갔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변해가는 멋진 어머니의 모습에서요.

 

단주는 어렵습니다. 뇌의 인지능력 저하와 환청, 담배와 같은 끈질긴 중독성, 끈질기게 달라붙는 영혼의 고통까지... 제가 본 환자분들은 모두 한결같이 12단계 그 이상을 현실로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최선을 다해 세상을 경배하며 위대한 어른이 되어 의지를 길러 술에 대한 갈망을 잘라버리는 그 모습. 가끔 갈대처럼 흔들거리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후회와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스스로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런 분들에겐 반드시 축복이 찾아옵니다.

 

저희 가족처럼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감이 있다면 알코올 중독도 극복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이 좋아졌고, 자신의 노력만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이 고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술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면 그만큼 가족의 고통이 배가 된다는 것또한 말이죠. 조금 더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언제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