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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분들의 생생한 회복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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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제발 타이슨하고 권투해서 이길 생각 하지 마세요!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313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참가상]

 

제발 타이슨하고 권투해서 이길 생각 하지 마세요!

 

○○

 

벌써 단주한지 10년차가 되었네요. 처음 단주 모임을 나갔을때 어느 회원님께서 단주 10년이 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때 그분이 신처럼 느껴졌습니다. 10년은 고사하고 10일도 못넘기던 제가 그때 그분처럼 단주의 신이 되어 가네요.

 

알코올의 시작은 작은 것으로 부터 시작하더군요. 처음에는 소주 2~3잔이면 떡이 되던게 여러 고민을 핑계로 점점 주량이 늘어 어느새 소주 3병까지는 먹어야 떡이 되더군요. 술을 잘 먹는게 자랑인줄 알았고, 남자는 이 정도는 먹을 줄 알아야지 생각했고, 술이 있어야 대인관계가 좋은 줄 았았고, 삼겹살이나 회는 소주가 없으면 못 먹는 음식인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좋아 술을 마시다가, 이후에는 술이 좋아 사람을 찾아 다니고, 나중에는 술 마시는데 사람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혼자 마시면서 점점 알코올중독이 되어갔습니다. 중독이란 놈은 하루 아침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씩 나의 뇌를 노예로 만들지요.

 

술을 끊기 위해 별 짓을 다 해봤습니다. 아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각서도 10번은 쓴 것 같네요. 인터넷을 뒤져 수녀원에 혼자 찾아 가기도 했습니다. A.A.모임에 100일 정도 다녀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독이 되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알코올이 무섭게 진행되더군요...

 

아이가 있으신가요? 저는 초등학교 다니는 딸아이와 55일 어린이 날에 예쁜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54일부터 장취에 들어갔습니다. 어버이 날도 제끼고... 며칠있다가 집에 들어와보니 저 대신 제 아버지께서 손녀딸에게 분홍색 자전거를 사주고 가셨더라고요. 저는 그 분홍색 자전거를 보면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저는 어느새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자전거 하나도 사줄 수 없는 무능한 아빠가 돼있었습니다.

술을 계속 마시면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처음에는 지갑, 안경, 카드 등을 잃게 되고, 주머니에는 기억도 나지 않은 카드 영수증만 남게 되지요. 그러다 직장에서는 신뢰를 잃게 되고, 친구들은 저와의 술자리를 멀리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은 처음에는 어떻게든 저를 붙들려 노력하지만 나중에는 모두 체념하게 됩니다. 술은 그렇게 당신으로 부터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립니다.

 

아직 직장이 있고 가족이 곁에 계신가요? 그럼 병원에 입원하세요! 가족들에게 살려달라고 부탁하세요! 저는 병원에 입원해 12단계를 착실히 배우고 느끼면서 술이 어떻게 나를 파괴했는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술과 싸우는 것은 미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술을 끊은지 100일이 되면 회사 사람들은 내가 중독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생활합니다. 단주 2년이 지나면 부모님은 제사 후에 음복을 하라고 하지요. 3년이 지나니 아내는 저에게 전화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집에 오는 길에 캔맥주 하나 부탁해요!" 알콜중독자인 저에게요... 저희 집 냉장고에는 아내가 마시는 캔맥주와 장인어른이 드시다 남은 소주도 한 병 있습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과 똑같은 모습이지요.

제가 알코올중독이라고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멀리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날 때는 항상 친구들은 즐겁게 소주를 마시고 저는 맛있게 족발과 회를 먹습니다. 소주 없는 삼겹살을 생각해 보지도 못했고, 맥주없는 치킨은 상상도 못했던 저였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삼겹살을 후라이판에 굽고, 야식으로 가족과 함께 치킨을 먹습니다.

 

단주 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니 바뀐게 아니라 제가 알코올중독이 되기 전 저의 생각과 행동으로 되돌아 왔다고 생각합니다. 단주를 한다는 것은 그냥 술을 안먹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알코올중독 이전의 생활로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콜중독이 진행된 사람은 술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가끔은 통제가 되는것 같지요. 집에서 1병만 마셔야지... 오 되네? 그러다 점점 간이 배 바깥으로 나와 친구랑도 1병만 마셔야지... 오 되네? 그렇게 자만에 빠지고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저도 10년간 그런 생활이 반복된 것 같네요.

 

알콜중독자가 술하고 싸우는 것은 마치 내가 권투로 타이슨하고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타이슨한테 이기지 않을까? 저렇게 하면 내가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타이슨은 내가 권투로 싸워서 평생 이길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타이슨이 나이 칠순이 된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타이슨하고 권투를 하지 않으면 지지 않습니다. 술을 한 잔도 안 마시면 술에게 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한 잔을 안 마시고, 내일 하루 한 잔을 안 마시면 그게 1년이 되고, 5년이 되고, 10년이 됩니다. 그렇게 10년이 되었고 이제는 술한테 그리고 타이슨한테 이기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술을 안마시고 온전한 정신으로 하루 하루 가족과 함께 웃으면서 살아가는데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술 마실 기운이 남아 있나요? 지금 가족이 당신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네요! 직장은 아직 짤리지 않았지요? 그럼 하루빨리 병원에 입원하시기 바랍니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신은 아직은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