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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두 번 살게 된 나의 삶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436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두 번 살게 된 나의 삶

 

○○

 

20171010일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술에 취해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술잔을 놓은 지 2년이 되어가고 있으며 병원에서 재활을 하고 있는 제게 새로 생긴 이름은 동해 이입니다. 익명이라는 말이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익숙하게 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제가 이번 수기 공모전을 쓰게 된 것은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사람도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희망을 찾았으면하는 저의 소망 때문입니다.

 

저는 부유하지 못한 집안에 14녀를 둔 술을 좋아하는 부모님께 태어났습니다. 저희 집에는 3명의 알코올중독자가 있습니다. 심한 알코올중독자였던 큰 언니는 지금의 제 나이가 되었을 때 삶을 마감하게 되었고, 여동생은 지금도 술을 마시며 살아가고 있는 알코올중독자이며, 저는 술을 마시지 않고 살기 위해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재활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알코올중독자의 성향을 크게 가지고 있던 듯 싶습니다. 10년 이상을 알코올중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신병원을 수없이 입?퇴원 했었던 저의 큰 언니를 보면서, 또 저의 여동생 역시 20살이 되었을 쯤부터 알코올중독 증세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나만은 알코올중독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15년을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남들보다 더 잘 마시고 취하지 않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갈 준비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처음 술을 마실 때에는 잘 취하지 않고 실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알코올중독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제대로 된 직장 한번 다녀보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었고 시부모님과 3명에 시누이들과 함께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중매결혼으로 8개월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편해지기 위해 선택했던 결혼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처음엔 시부모님께서 잘 해주신다는 것만으로 결혼 생활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 꺼라 생각했지만 어른들과 시누이들과 함께 여럿이 산다는 것이 저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살 터울에 두 아들을 낳으면서 저의 결혼생활은 현실로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경제적 안정을 찾아 애정 없이 결혼하게 되었던 전 남편과의 관계도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큰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작은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저는 짧고도 길게 느껴졌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두 아이들을 남겨둔 채 저는 홀로 전 남편의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술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를 갖고 있었던 친구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로 가게 되었고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듯이 친구가 일하던 가게에서 술을 마시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혼자 살아야 한다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그저 돈을 벌수 있는 일이라면 하겠다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직업은 돈을 빨리 벌어 자립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저에게는 달콤한 유혹과도 같이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렇게 친구가 있는 강원도 동해에서 저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댁 어른들과 고지식한 전 남편에서 해방 되었다는 기분에 저는 제 마음대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꺼란 생각과 달리 책임지지 못하는 자유는 오히려 저를 죄의식과 연민으로 빠져들게 했으며 술을 마시는 직업이라는 것이 저에게는 더 많은 술과 연민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일을 하면서 마시는 술은 술이 아니란 생각에 일이 끝난 후에도 아침해가 뜰 때까지 술을 마셨으며 남들과는 정반대의 생활을 10년 이상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술 취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기에 내가 맑은 정신으로는 대처 할 수 없다는 생각, 나 역시도 그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에 술을 마셔야 한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365일 아닌 366일을 술에 취해 사는 날들이 10년 정도 지나가자 몸에 이상증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라며 술을 마시면 당연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여기며 무시했고 술을 조절하지 못했던 언니와 여동생과는 다르다 느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술기운이 떨어지면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아무리 많은 양의 술을 마셔보도 잠을 잘 수가 없는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언젠가 부터는 작은 양의 술에도 취하기 시작하며 밥을 먹지 못할 정도가 되다보니 내과 병동에 7~8차례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그 중 3번의 중환자실 입원은 저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 되었고 그제서야 이 곳 다사랑중앙병원을 지금의 남편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병원 두 곳을 방문해 상담을 받은 결과,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술을 마신 후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자 조절해서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최고의 알코올 전문병원이라는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로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남편과는 사실혼 관계인지라 남편이 입원을 동의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2017년 추석, 소맥 한 잔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조절할 수 없던 저는 장취로 이어져 술을 사러 다니다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온 몸에 멍이 들고 코밑에 상처가 난 채로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서야 작은 아들의 동의로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눈을 떠 제가 병원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첫째, 둘째 날은 낯설고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셋째 날, 여럿이 함께 쓰는 다인실 방으로 옮기게 되면서 혼자 있을 때보단 불안감이 조금 작아지게 되었습니다.

입원치료라는 과정은 처음이었던 터라 저에게는 병원에서 매일 받아야 한다는 프로그램들이 낯설었지만 병원에서 이렇게 교육을 받으면 조절해서 마실 수 있고 또 남편을 위해 입원한 저의 마음과 맞아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덜어 내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했지만 하루하루 알코올에 대해 제가 가졌던 죄책감과 알 수 없었던 술에 대한 집착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죄책감과 연민으로 과거에 일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술을 마셨던 과거의 생각과 행동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나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후회만 했던 시간은 반성의 시간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워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던 저는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술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과의 상담은 저의 왜곡된 생각들을 조금씩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 학업을 해야 할 시기에 제대로 배우지 못했단 이유로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만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동안 숨기고 알리고 싶지 않았던 저의 과거인지라 수치스럽고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을 써야하고 발표해야하는 1단계 준비가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말하고 싶지 않고 저만 알고 있어야하는 저의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에 단주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중학교 과정도 마치지 못했다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고 말해 본적도 없던 사실을, 남들이 알게 된다면 무시를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상담사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내가 꼭 이렇게 이런 치부까지 다 드러내야 하냐며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땐 1단계 발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3개월 정도 병원에 있었으니 퇴원해서도 술을 조절해서 마실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담시간마다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에 단주를 포기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강상아 선생님께서는 단주는 지식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거예요.”라며 술을 마시지 않아야 제가 하고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힘을 주시며 제가 알지 못했던 저의 장점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은 저는 1단계 발표 후 개방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개방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얼마나 왜곡된 생각과 중독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가를 알게 되었고 중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습관, 성격 바꾸기에 더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개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술에 대한 강박과 집착에 대해 조금씩 해방되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부정적인 말들과 감정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입원 할 때에는 남편을 위해서, 두 아들을 위해서 내가 입원해 주는 것이 조금이라도 내 잘못을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개방 교육을 통해 나의 성격적 결점과 내가 술을 마셨을 때나, 마시지 않았을 때에도 나의 결점으로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해를 입히게 되었는가를 알아가게 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단주와 회복을 해야겠다고 깨닫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나친 자기연민은 나 자신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자신감 없고 무기력했던 제 생각과 삶은 이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개방병동에서 생활하며 주말 외출·외박을 통해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가졌던 서운했던 마음이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바뀌게 되었고, A.A 모임을 통해 알코올중독자라는 공통점을 가진 멤버들을 알게 돼 큰 위안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사랑중앙병원은 퇴원 후에도 꾸준히 A.A. 모임에 나가며 회복되어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A.A. 모임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며, 앞서 회복되어가는 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며 나만 이러한 과거와 결점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알코올중독이라는 병은 나 혼자서는 절대 술을 끊을 수도, 조절 할 수도 없는 병입니다.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알코올중독자로서 보낸 2년이라는 시간은 지금껏 제가 살아온 어떤 시간보다 더 값지다는 것입니다.

 

저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말할 수 있게 되고,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일상에서의 보람과 행복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점도 많고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그런 저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게 생각했던 과거와 결점을 말함으로써 자유로움을 얻었고 느끼지 못했던 감사한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활 과정을 통해 제가 가장 부끄럽고 창피하게 생각했었던 일들을 이루며 한 번 더 주어진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다사랑중앙병원 재활 과정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하며 술을 마시지 않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실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과정들을 이루어질 수 있게 도와주시고 용기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9병동 주치의 김석산 원장님, 박차실 상담부장님, 강상아 상담사님을 비롯한 모든 치료진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도 저는 두 번째 사는 삶을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간호조무사 자격증과 아직 진로를 결정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교도 다닐 예정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늘 후회하는 삶을 살았지만 이번 만큼은 후회없는 선택을 했습니다. 몸은 힘들고 고된 과정이지만 마음은 편하고 기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 희망도 꿈도 없이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던 제가 오늘 하루가 후회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아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기적이나 다름없습니다.

 

매일 아침 실습을 나가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오늘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과 행복함을 느끼며... 오늘 하루도 나를 도와주시는 위대한 힘과 선생님들께 그리고 함께 생활하는 다사랑중앙병원 환우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