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열지 않음

다사랑중앙병원

전국 최초 3회 연속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중앙병원

생생다사랑

  • home
  • 생생다사랑

환자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분들의 생생한 회복 경험담입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를 통해 새 삶의 희망을 찾으신 환자분들의 진솔한 회복 수기가
알코올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환자회복수기는 회원가입 후 로그인하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523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2019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대상]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

 

난 죽어야 해! 나 같은 건 죽어야 해! 지금 내가 죽기 위해서는 술이 필요해.” 한겨울 새벽 2시의 추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등에는 술을 담기 위한 학생 가방을 메고 검은 빵모자를 눌러쓰고 또 술을 훔치러 갑니다. ‘지금은 그 술집은 영업이 끝나고 아무도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오직 소주병을 떠올리며 몸을 비틀대며 걷다보니 어제의 그 술집이 저만치 보입니다.

 

주변에 사람이 다니는지 살피면서 천천히 맞은 편에서 영업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익숙하게 한 쪽 구석에 소주 상자를 내려 정신없이 가방 안으로 소주병을 쑤셔 넣습니다. 최대한 많이 담기 위해 눕혀서 담고 가방이 차면 점퍼 주머니에 하나씩, 바지 주머니에 하나씩 담고서 한 손에 또 한 병을 든 채로 뒤도 보지 않고 허겁지겁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경찰차가 지나가면 옆 골목으로 숨은 뒤, 한쪽 손에 소주를 따서 병 채로 두 세 모금 간신히 넘기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을 간신히 참으며 열 다섯 병이 넘는 소주가 든 가방을 메고 삼십 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 때문에 간신히 열쇠로 문을 딴 후 들어선 곳은 온갖 썩은 내가 진동하고 발 디딜 곳조차 없이 빈 술병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13평짜리 집은 빈 소주병과 온갖 쓰레기들이 주인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구석 공간에 앉아 커튼을 친 어두운 방 안에 TV를 켜놓고 바로 술병을 따서 병 채로 들이마셨습니다. 안도의 숨소리... 한 주는 버틸 수 있다는 생각으로 TV를 응시합니다.

 

안주라고는 오는 동안 길바닥에서 주운 한 주먹의 담배꽁초가 전부였습니다. 이미 음식이란 것을 먹어 본 지 한 달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0원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상거지가 돼있었습니다. 병 채로 두 세모금 마시다가 그대로 토해내면서 명치 밑 통증을 이겨내고 방바닥에 꽁초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한 모금...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는 가려움... 공포 대신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가 죽어야만 그들의 걱정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또 마시며 마시다 보면 죽겠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뚜렷하진 않지만 한 달을 못 가서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오고 장취에 들어간지 6개월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 시간 동안 이 술집, 저 술집에서 훔쳐 마신 술만 해도 족히 열짝은 훨씬 넘을 겁니다. 술을 마시고 20분 정도 잠들었다가 깨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다 아무 의식 없이 뒤로 두 번이나 넘어졌지만 그때마다 어떻게 바닥의 그 많은 빈 병을 피해서 침대 쪽으로 쓰러졌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소변 색깔은 피로 변해갔고, 거울에 비치는 얼굴은 점점 크게 부어오르고 있었습니다. 몸뚱아리는 뼈만 앙상한 채 각질로 덮여있는... 정말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부어오른 잇몸은 살짝만 만져도 고름이 줄줄 흐르고 치아는 점점 주저앉고 있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도 저는 그저 피식하고 쓴웃음만 나올 뿐 나에 대한 걱정이나 감정들은 잊은 상태였습니다.

 

남은 술을 마시려고 다시 구석 자리로 와서 몇 달을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보니 발에서 다리까지 통나무처럼 부어 있었고, 다리에서는 고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술을 훔치려고 나가면서 점점 신발에 발이 들어가지 않았던 이유가 부종과 간 손상에 따른 합병증이 생겨서 그런지도 몰랐습니다.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큰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내가 이렇게 망가져서 죽어가는구나...’ 하는 생각 정도였습니다. 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걱정과 두려움은 오직 남은 술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었습니다. 낮에 술이 없을 땐 극한의 떨림과 가려움, 마비 증상, 불안, 초조, 환청으로 단 30분의 잠도 잘 수 없었고 온 몸은 오한과 고열을 반복하면서 썩은 내가 나는 식은땀만 흘렀습니다.

 

다음날도 훔친 술을 마시는 동안 자동으로 토해내는 노란 물과 앉은 채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똥, 오줌 속에서 한 달을 더 마시다 보니 일어설 힘도, 말할 힘도, TV 리모컨 조차 누를 힘도 없는 상태에서 침대 위에 쓰러져 점점 죽고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 밖에서 벨을 누르며 종훈아 안에 있으면 문 좀 열어라.”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매형이 온 것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온 매형은 아이고~ 어휴...”하고 한숨 속에 등을 돌리시더니 나갔다가 몇 분 후 다시 먹을 것을 사서 놓고 가시며 내일 다시 올 테니 이것 먹고 기운 차리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밖에서 울고 오셨는지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 누나가 찾아왔습니다. 더러운 수건으로 다리의 고름을 닦고 있는 제 모습을 보더니 다리가 왜 이러냐면서 저를 일으켜 세워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제 몸을 질질 끌고 누나 집에 데려가서는 8개월 동안 씻지도 않은 몸을 연신 한숨을 내쉬며 씻겨 주었습니다. 저를 다 씻기고 나서 누나는 이제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차라리 네가 안 보이는 곳으로 이사 가서 살 생각도 했다. 네가 지금 이게 사람 꼴이냐면서 울먹였습니다.

 

저를 조금 쉬게 한 뒤 오후에 동네 내과를 데려가 의사 선생님께 다리를 보여줬더니 간이나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며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급히 택시를 타고 큰 대학병원에서 2시간 정도 검사를 한 결과, 간경화가 심하다고 하였습니다. 간 수치가 무려 1,870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요도에 호스를 꽂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다음날 형이 와서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너란 놈은 도대체 양심이 있는 놈이냐. 이제 하다못해 가족한테 네 병수발까지 시키냐!”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믿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죠. 저는 그 자리에서 씨발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건데? 나도 미칠 지경이야! 어쩌라고!”하면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형한테 큰소리친 것이 그런 말밖에 못 했습니다. 저는 이미 희망을 잃었고 삶의 의미도, 회의감도 없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밑바닥이었습니다. 하지만 형과 누나는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을 그래도 가족이라고, 핏줄이라고 생각했는지 저도 모르는 보험을 들어놓았었고 병원에서 수발을 들어가며 저를 다시 살려놓았습니다.

 

병원에 있는 동안 형이 생업을 뒤로 한 채 이곳저곳을 다니며 병원을 알아보았나 봅니다. 퇴원을 이틀 앞두고 형은 다사랑중앙병원의 팸플릿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여기 입원해서 치료받고 재활 훈련해서 네가 네 힘으로 다시 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싫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형이 나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고, 바로 알겠다고 했습니다.

 

이틀 후 이 곳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 수속을 마치고 침대 2개가 있는 좁은 2인 병실에 들어서자 형과 누나는 치료 잘 받으라는 한 마디 후 바로 돌아갔습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이곳 병동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4일 정도 안정을 취하고 나서 운동도 조금씩 하게 되고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쉬는 시간에는 성경 필사를 하면서 열심히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4주가 흘러가고 1단계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발표가 거의 다 끝났을 때 저는 형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저 또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개방 병동에서 4단계, 9단계 발표를 할 때도 정말 많이 울면서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수료를 마치고 재활 병동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상담사님이 알려주신 A.A 모임에도 조금씩 나가며 건강을 비롯해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만과 거짓이라는 중독적 사고에 빠지게 된 저는 조절 음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외박을 나가 맥주 한 병으로 시작한 제 음주는 자신을 속이고 가족과 치료진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음주량과 횟수가 점점 늘어갔습니다. 그렇게 저는 결국 다시 장취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재음주에 대한 수치심과 상황에 대한 자기연민,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혀 여관에 처박혀서 깡소주를 마시며 미친정신으로 돌아가 가족에게 온갖 욕설과 다 죽여버리겠다고 협박문자까지 보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또다시 인간쓰레기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나의 정신은 혼돈 그 자체였으며 근본적으로 죽겠다는 생각에 식음을 뒤로하고 술에 의존한 채 자포자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나는 이미 두려운 존재가 되었고, 내가 무섭다는 답장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비열하고, 비겁하고, 교활한 내 모습, 거짓과 탐욕의 덩어리가 된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또 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 몸은 그 전보다 급속도로 악화되어갔고 먹을 것을 사다 놓고도 먹을 수 없고, 술 마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또다시 세상 맨 끝 구석으로 처박히는 동안 가족이나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머릿속에는 20년 동안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습니다.

 

남은 돈 2만원으로 소주 3병을 사 들고 찜질방에 몰래 숨어있다가 주인에게 쫓겨났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가을 밤중에 공원에서 반팔 차림으로 마지막 소주 2병을 마시면서 길바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점점 심하게 떨려오기 시작해 누나한테 전화했지만 수신 거절이었고 저는 매형한테 제발 살려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한심한 놈일지라도 죽는 것은 두려웠나 봅니다.

 

가족들은 쓰레기 같던 저를 다시 살려주고 다시 병원에 입원시켜주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날 형도 병원에 같이 왔지만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는지 차에서 제 모습을 보고만 있다 돌아갔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다시 관리병동에서 치료를 받으며 저는 죄책감에 너무도 많이 울면서 지낸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한 프로그램과 A.A 모임을 다니면서 이기심, 거짓, 교만으로 가득 찬 나의 본 모습을 알아가고, 내가 결코 술을 조절할 수 없는 지독한 알코올중독자임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가 술 때문에 돌아가신 후 가족들은 가난을 떠안은 채 저를 키우려고 온갖 서러움과 고생을 겪으며 저를 위해 희생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저는 어느 작은 것 하나 스스로 힘으로 하려고 한 적도 없고, 당연한 듯 가족에게 의존하기만 했습니다. 술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외로움을 핑계로 제 이기심과 세상의 탐욕만을 쫓아가며 미친정신으로 살아왔습니다. 20년 동안 제가 가족에게 준 것은 정신적 고통과 마음의 상처, 멍에뿐이었습니다.

 

남편이 일찍 죽고 힘들게 두 아이를 키우는 큰 누나... 그리고 동생들과 누나, 본인의 가족까지 신경쓰느라 자신의 삶은 놓고 살다가 이제는 폐암이 생겨 투병하는 형... 어릴 적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나 때문에 가슴앓이만 하면서 살아온 작은 누나에게, 또 세상에 하나뿐인 나 자신에게, 도대체 술 하나에 미쳐 무슨 짓을 한 건지 생각해보니 너무나 힘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아 치료진이 가르쳐준 명상 음악을 듣고 복음성가를 듣고 있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런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인 나를 주님이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저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습니다. 그동안의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다시금 인간으로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술을 다시 마시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정말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A.A 모임에 나가 멤버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저보다 더한 중독자들도 그들이 자신의 문제로부터 변화하기 위해 A.A를 통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고 희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용기와 믿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술을 절대로 끊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있던 저는 제 힘으로는 절대 이 병을 이겨낼 수 없다는 것과 모임 안에서 하루하루 살면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잉여 인간과도 같던 저는 A.A와 가족의 사랑의 사랑을 통해 거짓과 교만을 버리고 온전히 그분의 뜻에 맡기며, 나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맑은 정신으로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제가 막잔을 놓으며 맑은 정신으로 1년을 넘겼습니다. 치료진들의 도움과 관심, 응원, 모임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한성희 상담사님 그리고 A.A 멤버들의 경험담과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신 멤버 선생님들께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은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은 제가 다니는 모임에서 작은 봉사까지 하게 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외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모임에 나갈 때마다 주님의 보살핌 안에 제가 오늘도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칠 것과 안되는 것이 많은 실수투성이지만 하루 첫 잔을 피하고 겸손과 정직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겸손하지 않고 다시 첫 잔을 입에 댄다면 저는 어떻게 될지... 아마도 죽을 수도 있는 건 분명하니까요!

 

지금도 힘들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형과, 가족의 건강을 바라며 사랑의 하나님께 제가 향후 사람다운 모습으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나와 같은 중독자들을 위해 회복의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A.A 모임과 함께하면서 저와 같이 힘들게 싸우고 계신 분들께 제가 작은 힘이 된다면 도움을 주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지고 뜻밖에 그날이 덫과 같이 너희에게 임하리라” (누가복음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