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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분들의 생생한 회복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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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우수상] 술과 죽음, 인생의 목표는 이것뿐이었다.
등록일 2022-11-17 조회수 617 이름 138903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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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우수상]

술과 죽음, 인생의 목표는 이것뿐이었다.                                         


  한쪽에 자리한 돼지 저금통을 꺼내 들었다. 다행이다. 묵직한 저금통은 다행히 코 부분을 열수 있게 되어있다. 동전을 쏟아 500원짜리 동전을 골라내어 안도감에 동네 슈퍼로 술 사러 가는 나는 너무나도 발걸음이 가볍고 세상 근심 없는 사람이 된다. 어느새 저금통엔 100원짜리도 찾기가 어렵고 50원짜리 10원짜리로 술값을 맞춰서 다시 술 사러 가는 나는 이미 창피한 생각마저 할 수 없는 그저 술만 내 목구멍에 넘기면 되는 사람이 되었다.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먹어야 하는데 이러다가는 무슨 사단이 벌어질 것이 분명한데 어떤 것도 모래를 씹는 것 같아 들어가지도 않게 된지 오래다. 살고 싶다는 희망도 이유도 잃어버리고 더 이상은 나로 인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나만 없으면 다 잘 살거라는 생각에 세상을 등지려고 몇 번을 했지만 그것마저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얘기하면 죽을 용기도 죽으려는 마음보다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술 먹는 나를 그냥 놔두라는 쇼를 했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삼성병원 정신병동의 두 차례의 입원 치료도 2014년 작년 두 번의 이곳 다사랑중앙병원에서의 입원 치료도 나는 항상 퇴원해서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 당신들이 말하는 병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잘 알겠다. 그리고 난 술을 끊을 수 있다. 언제든지 보여주겠다.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자만심은 술을 내가 컨트롤해서 마실 수 있다는 조절망상으로 이어졌고 여지없이 상황은 이전보다 더 악화되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알코올 중독은 진행성 질병이라 다시 마시게 되면 전에 마셨던 것보다 더 마시게 되고 그 피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욱 커지는 질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것 역시 내가 직접 경험을 하고서야 알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기 위해 잠에서 깨고 술기운이 몸에서 빠져 나가면 심한 불안감과 손을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헛것이 보이고 무언가가 다른 소리가 들리는 지경까지 되어 버린 나를 발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술을 먹기 위해 하루를 버티며 온통 머릿속에는 여기저기 감춰놓은 술을 찾는데 다 써버리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술도 넘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넘기려하면 손에 들려진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는 나에게 ‘도대체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이 미친놈아!; 하면서 자책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안마실수도 없는 나의 의지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서서히 미쳐가고 있구나,,,, 벌레만도 못한 상태로 살아 갈 수밖에 없구나, 또다시 자기 연민에 이렇게 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조금 시간을 두고 금단을 견디며 버티다 술을 넘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다시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었다. 몸무게가 10kg이 넘게 빠져 이미 육신은 피골이 상접하고 걷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러 한번 몸이 기울어지면 중심을 잡고 바로 세우지 못하고 넘어지는 일도 많았다. 균형 감각도 다 죽어버린 모양이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몰골로 오직 밖으로는 술 사러 가기 위해서나 담배를 피러 나가는 상태인데도 일요일 주일엔 예외였다. 아내의 지갑에서 몰래 훔친 돈으로 나를 만족시킬 만큼의 술을 먹기도 어느 때부터는 부족했다. 이렇게 되어 버리니 가족들은 나에게 카드도, 돈도 줄 수가 없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내가 얘기한다. “ 당신 교회 갈수 있겠어?” “가야지” 대답하고는 휘청휘청 씻고 옷을 갈아입고 교회 갈 준비를 한다. 아내가 나와 결혼할 때 결혼 조건으로 유일하게 내놓았던 것이 있었다. ‘함께 교회 열심히 다니며 신앙생활 하는 것’ 딱 한가지였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교회에 가겠다고 채비하고 나서는 게 아니었다. “헌금”이다. 나에게서 돈을 끊어버린 아내였지만 교회에 가면 나에게 만원의 헌금이 생긴다. 나는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로지 술을 사기 위해서... 그렇게 나는 주일날 헌금을 가지고 술을 사기 위해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서도 온통 내 머릿속엔 빨리 끝내고 나가서 술을 사야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결국 예배가 끝나기 전에 교회를 빠져나와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집 입구에서 몇 모금 들이킨 후 남은 술을 곳곳에 숨겨 놓은 후에야 안도 한다. 교회에서 다른 신도들이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볼 수 없는 나를 쳐다보는 시선 따위는 전혀 느낄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나의 정신상태였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심정을 어떠했을까... 억장이 무너지셨을 거다. 하염없이 가슴을 치며 통곡의 기도를 하셨을 어머니시다. 머지않아 이렇게 쓰레기 같은 나도 죽게 되리란 생각을 하고 이제는 죽기위해 술을 마신다는 한 가지 이유를 더해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에까지 가게 되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이 세상에 나 하나만 없으면 된다. 끝내자 이만... 


  그런데 어느 날 불현 듯 나를 깨우는 소리 없는 외침이 가슴을 때렸다. 나는 나 하나쯤은 이 세상에 없어져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의 아내는 지금까지 이런 나를 붙잡고 버리지 않고 그들이 믿는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하고 살아온 세월은 그 억울함과 맺힌 한은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기적이고 나 하나 편하자고 죽어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들이 평생 가지고 가야하는 고통스런 인생은 어떡하란 말인가. 


  어떻게 그 순간 정신도 희미한 상태에서 나에게 그런 외침이 들렸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시 살아 내라는 위대하신 힘의 이끌림이었던 것 같다. 이제 살아야겠다. 아주 조금이라도 사람 구실하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었다. 철저하게 술 앞에 항복한 나로선 술업이 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전에 두 번의 입?퇴원을 했던 다사랑 중앙병원이 떠올랐고 아내에게 생일이라고 차려진 저녁 식탁에서 이제 나에게는 오늘이 마지막 술잔이라고 나는 술을 먹어서는 도저히 살수 없는 놈이라고 술업이 남은 인생을 살아 보겠노라고 그렇게 나는 나의 생일날인 4월 20일 다사랑 중앙병원에 입원을 선택했다. 


  그렇게 한 달간 6병동(관리병동)에서 생활하고 개방병동으로 전동하기 전에 1단계 발표를 하던 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되었다. 12단계 중 1단게... “나는 알코올에 무력...” 여기까지 읽고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작 이 몇 글자 속에 있는 ‘무력’을 인정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가족과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너무 멀리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통한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겨우겨우 발표를 마치고 개방병동으로 전동해서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개방병동 생활을 시작했다. 개방병동 생활은 나를 뒤돌아보고 앞날을 설계하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12단계 책이 읽으려고 해도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는데 문칠균 상담사님의 4단계 수업에서 정말 감동을 받아 그동안 왜 어려운 프로그램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철저하게 술에 항복했다고 하더라도 회복하고 유지하면서 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것이 비단 술만 끊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덕적 검토’로 나의 결점을 끄집어내고 고백하고 끊임없이 검토를 해야 교활하고 강력한 알코올로부터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2단계 프로그램의 힘을 지금도 나는 꼭 붙들고 가야할 정말 위대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사랑 개방병동에서의 다른 프로그램들도 나의 회복하는 생활에 너무도 큰 도움이 되었다. ‘현실치료’, ‘인지행동치료’, ‘중독심리학’,‘재발방지 교육’ 절실한 마음으로 다가선 이 모든 수업은 나에게 회복의 길에 안내자 역할을 해주었고 단주를 결심하고 회복을 하겠다는 환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잘 갖춰진 시스템과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다사랑 중앙병원에 입원해서 이런 교육과 회복자인 송현정 상담사와의 진솔한 상담 과정은 나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행운이었다. 온라인으로 참여했던 AA 모임도 좋았고 뭔가 부족했던 부분이었는데 병원 자체적으로 매주 수요일에 있었던 AA 모임인 ‘늘푸른 모임’도 큰 힘이 되었다. 다른 환우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나 혼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 함께 서로 협심자가 되어 서로의 메신저가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퇴원 후 오프라인 AA 모임에서의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병원생활에서 또 한 가지 얻은 큰 수확이 있었다면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속에 ‘애니어그램’을 통해 나의 성격 유형을 알게 되고 오래전 내가 봉사활동을 갔을 때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 ‘사회 복지사’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연결되어 차후에는 취약계층과 소외받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인생 후반전을 보람 있게 살아 보자는 다짐이 되었다. 병원에서의 4단계, 9단계 발표 역시 꼭 필요했던 것으로 감사했다. 모든 사건과 어려움은 타인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과 그로인해 내가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치며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 번 다짐할 수 있는 중요한 절차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2022년 7월 23일 약 100여일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나는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먼 마라톤과 같은 회복의 길이지만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나아지는 나의 정신과 희망으로 준비되어 가고 있다. 사회복지사 공부도 어느새 한 학기 중간고사를 보게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가고 있다. 병원에서 경험한 AA 모임도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자리하며 백일작전을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사회봉사도 온,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졌다. 아직 마지막 술잔을 놓은 지 6개월이 채 안되었지만 삶에 대한 나의 태도는 180도 바뀌어 있다. 술과 즉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에게는 실로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형온할수 없는 매 순간과 나날들이다. 술에 찌든 인간이 아닌 인간 냄새 사람 냄새 풍기며 살아보자고 재차 다짐해 본다. 다시 한 번 이 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다사랑 중앙병원의 모든 치료진께도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정말 간절하게 성공적인 회복자가 되어서 아직도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주면서 살아 갈 수 있는 AA 멤버 ‘양재 정“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감사합니다.